[magazine]
벽에서 벽까지 세 발자국 그 안에 담긴 나만의 취향


2020.03.09
김수명씨의 집은 벽에서 벽까지 세 발자국이면 끝난다. 집이 좁으면 어둡고 답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관에서 창문까지가 제일 길어요."라고 말하며
해맑게 웃던 그의 얼굴처럼 집도 참 밝았다. 맥시멀리스트라고 그는 스스로를 자칭했지만 나에겐 그저 well-organizer(정리를 잘 하는 사람)처럼 보였던 수명씨.
미니멀리스트이면 어떻고 맥시멀리스트이면 어떠한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공간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본가는 부산이고 학교 때문에 상경해서 현재 구로구 오류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수명입니다.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했고 현재는 취직을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입니다.
부산에 사는 것과 서울에 사는 것이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저도 고향이 지방인데 서울에 혼자 살다가 가끔 집에 내려가면 알게 모르게 불편한 것들이 많더라고요. 제 고향은 부산보다 많이 시골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요.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본가로 내려갈 때 그냥 놀러 가는 기분이 들어요. 마치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부산으로 여행 가는 그런 기분과 비슷해요. 
그리고 제가 서울 생활을 시작한 후 본가가 이사를 했기 때문에 새로운 동네라 늘 낯설고 새롭게 다가와요. 부산의 집은 산 옆에 있는 아파트인데요. 무엇보다 
전망이 탁 트이고 넓어서 너무 좋아요. 그리고 부모님이 계시다 보니 정말 '집'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반면 서울 집은 아주 조그맣고 전망도 좋지 못하지
만 아무에게도 관섭받지 않는 저만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취업을 준비하고 계시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실 것 같아요. 저도 한창 취업을 준비할 때, 많이 힘들었는데 저는 그럴 때 집안이 무척 답답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인테리어도 바꾸고 그랬는데, 수명씨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시나요?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저이지만,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답답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때에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려고 노력해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을 하는 편인데 보통 제일 먼저 시작하는 것은 방 정리입니다. 쓸고, 닦고, 털어내고, 빨래도 하고 하다 보면 그냥 마음이
차분해질 때가 있거든요. 그 이후에는 맛있는 음식을 배달시켜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보며 먹어요.
수명씨의 사진을 보면 굉장히 독특해요. 좌우가 반전된 것 같아 보여요. 왜 이런 방식으로 작업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우리가 사물을 보거나 사진을 볼 때 그냥 보는 것보다 좌우가 바뀐 상태로 보면 굉장히 어색함을 느끼잖아요. 일반적인 시선으로 사물을 볼 때 받는 안정감과 동
일한 사물을 인위적으로 비틀었을 때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해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집이 굉장히 아기자기해요. 물건들이 적재적소에 들어간 것 같아요.


이 집이 다른 곳보다 싸서 계약을 하게 되었는데요. 처음에는 너무 머물고 싶지 않은 공간이었어요. 인테리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나둘씩 마음에 드
는 것들을 사서 모으다 보니 어느새 집이 꽉 차버렸네요. 이제는 더 이상 무언가를 둘 곳이 없는 것 같아요.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어디인가요?


1층 거실에서 시간을 가장 보내는 것 같아요. 취준생이라 이력서를 쓸 때도 많고, 구직 사이트에서 구직 활동을 하기도 하고, 가끔씩은 생활비 충당을 위해 외주
를 받아 일도 하기 때문에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거든요. 아, 식사도 거실에서 하고 취미생활도 거의 거실에서 하기 때문에 하루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내는 것 같
네요.
집에서 즐겨 하는 취미가 있으신가요?


저는 평소 집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집돌이에요.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것도 좋아하고, 음악도 듣고, 요즘은 차에 맛이 들려서 혼
자 차도 마시곤 합니다. 친구들과 게임도 하고 빔프로젝트를 틀어놓고 영화도 봐요. 이렇듯 제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은 거의 다 제 방에서 이루어져요. 대학생 때
까지만 하더라도 살고 있던 자취방 앞에 공원이 있어서 농구를 하러 나가곤 했는데 졸업하고 이사를 하면서 그 빈도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차는 어떻게 마시게 되셨나요?


제가 카페인을 못 마셔요. 카페에 가면 주로 스무디나 에이드를 마시곤 했는데,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차를 마시기 시작했어요. 여자친구가 홍차를 좋아해
서 저도 따라서 마시다가 홍차 이외의 다른 차들에게도 관심이 가더라고요. 이제는 카페에 가면 차를 주로 마셔요. 주변에서 추천해 주면 구매해서 집에서 마시
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로네펠트라는 브랜드의 아이리쉬 위스키 크림이라는 홍차를 좋아해요.
다른 공간보다 더욱 신경을 써서 꾸민 공간이 있나요?


음...거실이 아닐까요? 제가 열심히 하나하나 맘에 드는 제품들을 찾아 꾸민 공간이라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무엇보다 사진을 전공한 저의 아이덴티티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해요. 누가 봐도 제가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 수 있게끔 꾸미려고 노력했어요.
디퓨저가 엄청 많아요. 수명씨는 향을 좋아하시나 봐요.


친구들이 남자 혼자 살면 냄새난다고, 선물로 줬어요. 그리고 저도 한 번 살 때 쟁여두는 편이고요.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수명씨만의 가구, 제품, 소품들이 있나요?


첫 번째로는 침대 맡에 걸려있는 사진 액자에요. 제가 졸업작품으로 전시했던 작업인데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진이거든요. 볼 때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
해지기도 하고,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 찍은 수천, 수만 장의 사진들의 결정체 같기도 하고요. 굳이 비유를 하자면 대학 졸업장과 느낌이 비슷하네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이케아 암체어에요. 군대 전역 후, 복학을 위해 자취방을 구하면서 샀는데 저의 20대를 거의 함께 한 제품이에요. 힘들고 지칠 때마다 암체
어에 앉아 많은 위로를 받곤 했어요. 이제는 제가 사용하고 있는 체어 커버가 단종 돼서 더욱 의미가 있는 가구에요.
집이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위로라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 다양하고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아가잖아요. 집은 우리가 힘들고 지칠 때 우리에게 가장 큰 위로를 선사하는 공간 같아
요. 주변 직장인 친구들을 보면 늘 "얼른 퇴근하고 집에 가고싶다"라는 말을 달고 살아요. 그건 빨리 집으로 돌아가 지친 하루를 보상받고 위로받고 싶다는 말의 
다른 표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집이란 위로가 아닐까 생각해요.